[원-위안화 직거래 시대] 환전수수료 줄어 거래 날개…對中의존도 늘어 원화 추락

입력 2014-08-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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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금융기관 등 혜택보지만… 위안화 격상 금융 주도권 뺏길수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이 결정되면서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위안화 환전 수수료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의 개인·기업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

국내 은행들은 지금껏 중국에서 직접 위안화를 사들이지 못해 홍콩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위안화를 매입해 왔다. 이 때문에 이중으로 발생하는 거래 비용은 고스란히 환전 수수료에 반영됐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려 환전 수수료가 저렴해지면 위안화 결제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세계 무역·금융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지난 2012년 1월 약 1.9%에서 지난해 10월 약 8.7%로 급증하면서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국가 간 통화스와프 및 위안화 역외시장 확대뿐 아니라, IMF 의결권 확대, 위안화 직접투자 규제 완화 등 위안화 국제화를 빠르게 추진 중이다.

◇환전 절차 단순화로 거래 비용 절감 = 원·위안화 직거래가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수출기업들이 부담해야 했던 달러 환전 수수료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원·위안화 직거래 체제가 도입되면 우리 기업은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고 수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또 달러가 덜 들어와 환율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600억 달러는 환율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는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려면 달러로 바꿀 때와는 달리 두 단계의 환전과정을 거쳐야 했다. 원화를 달러로 바꾼 다음 위안화 거래가 가능한 홍콩 등의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의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환율 변동이라는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이러한 수고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안화 허브’를 구축해 국내 금융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양자 간 투자·교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위안화 사용이 확대되면 금융기관들이 금융기관 간 외환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고객들과의 거래를 통해 위안화 매입 및 매도 수요를 자체적으로 소화시킬 수 있게 돼 거래비용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무역흑자 상황인 한·중 교역관계 및 향후 구축될 위안화 거래·결제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 정부는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을 추진했으나 한·일 무역적자 지속에 따른 직거래시장에서의 엔화 공급 부족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달러화 위주 거래 관행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는 데 있어 위안화 거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청산은행 지정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위안화에 대한 수요 확대를 위해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Ⅱ) 획득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4일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을 한국내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위안화 청산은행이 없어 홍콩의 청산은행을 통해 위안화를 결제해 왔으나 청산은행 지정으로 국내 위안화 자산 축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과거 홍콩의 청산은행을 통해 위안화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결제 목적의 위안화를 홍콩에 충분히 예치해야 했으나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으로 국내에 위안화 예금 등 자산이 축적돼 다양한 위안화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RQFⅡ는 위안화 활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위안화 역외센터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중국 의존도 심화·역내 원화 위상 약화 등 우려도 = 원·위안화 직거래 전면 허용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한국경제의 대(對) 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역내에서 원화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과 천용찬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위안화 국제화 평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대중 경제 의존도 심화로 원화의 상대적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급부상하면 역내 거래규범 이니셔티브 확보를 통한 위안화 금융허브로 지위가 격상,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 및 통상분야에서 위안화 수요가 증가, 대중 경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원화의 상대적 위상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현재도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 6171억 달러 가운데 22%, 총 수입액 5366억 달러 가운데 16%를 차지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 흑자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60%에 가깝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국과 위안화 리스크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또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수요가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미 달러의 위상이 축소될 것이라며 이는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양국 간 통상마찰 장기화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통화 및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향후 위안화 수요 증가로 원화의 상대적 지위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 충격 시뮬레이션 가동 등을 통해 사전적으로 검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원화 국제화 전략에 대한 전면적이고 중장기적인 로드맵과 대중국 진출 전략 수립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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