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는 19일 오전 섬유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노희찬 회장의 후임으로 성 회장을 임기 3년의 섬산련 회장으로 선출했다. 섬산련에 따르면 1947년 서울 출생인 성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해 해외유명 아웃도어ㆍ스포츠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수출하는 아웃도어 전문업체로 성장시킨 국내 섬유패션업계의 ‘리더’ 중 한 명이다.
특히 1997년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직접 국내에 들어오며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현재 전 세계 노스페이스 제품의 40%는 영원무역을 통해 생산될 정도로 비중도 높다. 대학시절부터 산악부원으로 활동하며 산악용품에 관심이 많았던 성 회장의 취미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영원무역의 노스페이스 론칭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급격히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성 회장은 노스페이스 외에도 나이키, 폴로, ABC마트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OEM을 맡아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5300억원, 영업이익은 2199억원을 기록했다. 또 성 회장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1980년대 방글라데시 투자를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 해외 4개국에 의류봉제, 편직, 염색공장 등 20여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업계를 이끄는 섬산련의 수장으로 성 회장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돌았던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섬산련 회장 선출은 그 어느 때보다 업계 경영인들의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섬산련이 규모가 큰 경제단체인만큼, 회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잡음이 이는 등 수개월간 혼란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섬산련 회장 추대위원회는 기존 후보자를 제쳐놓고, ‘제3의 인물’이지만 업계의 신망을 얻고 있는 성 회장을 추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성 회장의 성향이 대외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두고 회장 선출이 적절한 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1조원 매출을 거두고 있는 패션선두기업의 수장이지만 그동안 외부 노출이 뜸했고,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와서다. 여기에 영원무역, 한세실업, 세아상역과 같은 OEM 업체들은 전 세계에 생산공장들이 있어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아 국내 일을 제대로 돌보기 힘들다는 점도 장애 요소다.
하지만 업계는 성 회장이 상징적인 섬산련 회장으로 등극한 만큼, 앞으로 섬유패션업계를 대변하고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성 회장은 한세실업 등 대표 섬유패션기업들의 회장들과도 친분이 깊고 업계 평판이 좋아 섬유와 패션업계 양 쪽으로 모두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명성 높았던 섬유패션업계의 위상을 다시 세워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