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일본경제 리스크 위협에 다시 휩싸이고 있다. 일본 소비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원ㆍ엔 재정환율이 6년 만에 최저점을 찍으면서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한층 나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가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수출마저 삐걱거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100엔당 원화 환율은 983.93원까지 곤두박질치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종가기준으로는 985.69원을 기록했다. 원ㆍ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85원 밑으로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이던 지난 2008년 8월 25일 979.75원 이후 처음이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 1년간만 놓고 보더라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처음 900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래 거의 연일 최저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불붙은 엔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ㆍ엔환율이 연중 저점을 경신하고 있어 국내 수출 경쟁력 약화는 물론 외국인 자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계류,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일본 시장을 놓고 현지 기업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조사에 따르면 중소ㆍ중견 수출기업들이 생각하는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손익분기점(원화기준 수출액과 수출원가 일치)은 100엔당 1040원 정도다.
일본 소비세율 인상, 법인세 인하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위험 요인이다. 소비세율이 올라가면 내수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법인세가 내려가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 일본 기업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일본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국내기업들은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많아져 우리나라 주식투자 자금이 일부 이탈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