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지출사업에 대해 시행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불발됐던 지역의 SOC 사업이 대거 추진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1차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15년이 지난 예비타당성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 GDP는 635조원에서 1428조로 증가했지만 조사대상 선정기준은 그대로여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조사대상 사업 숫자가 많아지고 조사기간도 길어지면서 제도를 도입한 취지도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가 공공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기여한 측면이 크다”면서도 “다만 도입 이후 경제 규모가 2.3배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기준은 변하지 않아 어른이 어린 아이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을 SOC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원, 국고 500억원 이상으로 현행보다 두 배 상향키로 했다. 현재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 300억원 이상이 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의 총 1267건의 사업 가운데 188건(14.8%)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있다.
또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 대한 가중치를 현재의 20~30%에서 25~3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실제적으로는 지역균형발전 가중치가 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조치다. 현행 예비타당성조사로는 낙후지역의 도로망 개선 등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이 밖에도 회의에서는 △해외수출 지원사업군 △문화콘텐츠 지원사업군 △대학등록금 지원사업군에 대한 심층평가 결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려는 방안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