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KB국민은행호(號)에 이건호 행장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금감원 제재심에서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져 KB금융 갈등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야 할 이건호 행장의 연이은 돌출 행동으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28일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국민주택채권 횡령 부문에 대한 제재심의 징계를 수용(확정)했다. 또 일본 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 지점과 오사카 지점에 대해 4개월간 신규 영업을 못하게 하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 제재심에서 핵심이었던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선 징계 수용을 보류시켰다. 최 원장이 경징계로 징계 수위를 낮춘 제재심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제재심 결정 이후 봉합 모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행장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지주 및 은행 임원 3명을 검찰에 전격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고발은 지주와 사전 협의 없이 이 행장 단독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금감원 제재심이 끝난 이후 경영진의 단합을 위해 이뤄진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이 행장이 숙소 문제로 행사 중간에 귀가해 조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행장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대규모 징계로 내부조직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뒤로 한 채 검찰까지 끌어들여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는 경영자로써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며“애꿎은 직원과 고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연이어 독자적 행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이다. 실제로 이번 주 전산기 교체 논란에서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강경한 입장을 고집한 이 행장이 권력의 실세와 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