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적시타]제7홈쇼핑의 난센스

입력 2014-09-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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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개국 문제가 또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서 중기 홈쇼핑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기된 것. 귀가 따가울 정도로 동어반복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판매 채널을 넓혀주겠다는 명분도 똑같다. 2001년 허가가 난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때도 그랬고, 2012년 개국한 홈앤쇼핑 역시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한다’는 수사적 용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기자가 기획재정부에 출입했던 때다. 2012년 5월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박재완씨는 그해 1월에 개국한 홈앤쇼핑에 출연했다. 공무원은 홈쇼핑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쇼호스트로 나서서 물건을 팔려고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박재완 장관이 제안하는 착한쇼핑’이란 코너를 만들어 중소기업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방송출연을 강행했다. 장관이 직접 출연해 중기전용 홈쇼핑의 전도사 역할을 한 것이다.

결국, 홈앤쇼핑은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힘입어 그들의 바람대로 2013년 현재 중소기업 제품 판매 비중이 80% 이상을 넘었다. GS홈쇼핑, CJ오쇼핑, 롯데홈쇼핑 등 대부분의 주요 업체들이 50%를 조금 넘긴 것에 비하면 중소기업 전용 쇼핑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채널만 벌써 3개(우리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 이상 늘어났는데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줄 만한 방송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채널은 많아졌는데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몇 가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홈쇼핑 채널이 늘어나도 결국 모든 중소기업 제품을 노출하기 어렵고, SO(플랫폼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어나자 그 비용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홈쇼핑 채널이 늘어나다 보니 방송사들은 지상파 사이 등 황금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송출수수료 경쟁을 벌이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그 비용은 결국 판매수수료로 감당해야 한다.

지난 2009년 4100억원이던 송출 수수료는 지난해 9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12년 개국한 홈앤쇼핑이 채널 확보 경쟁에 뛰어든 해에만 송출수수료는 평균 20% 이상 인상됐다. 결국 송출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홈쇼핑은 중소기업 판매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수수료 부담을 느끼면 이른바 ‘골든타임(황금시간대)’은 결국 대기업 몫이 된다.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앤쇼핑도 이 시간대에 대기업 제품을 편성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채널이 아무리 늘어나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방송에 노출되기 어렵다.

홈쇼핑은 이미 6개 업체가 채널을 운영할 정도로 포화 상태다. 중소기업 제품 판매도 50% 이상을 넘었다. 중기전용 홈쇼핑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중기 제품의 판로 확대가 안된다며 제7홈쇼핑을 내세운다면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셈이다. 지금 있는 채널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방송국부터 만들자는 시각은 분명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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