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의 재무장관이었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언급한 세금 징수의 기술이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주민세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우회증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콜베르의 조언대로 ‘거위털을 뽑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담뱃세(기금 포함)를 지금보다 2000원 이상 올리기로 하는 내용의 ‘금연대책’과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현행의 2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 개편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으로는 2조8000억원 상당의 국세가, 지방세 개편방안을 통해서는 약 1조4000억원 가량의 지방세가 더 걷힐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틀 사이에 약 4조원이 넘는 증세를 단행한 셈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증세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뱃값은 국민 건강 증진을, 지방세는 가격 현실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이번 조치가 기본적으로 증세라는 것을 어느 정도 공식화한 것이다. 증세가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세법개정 당시 중산층 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나흘만에 대통령이 나서 전면재검토를 주문하는 등 이 문제에 민감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이전부터 누누이 ‘증세는 없다’는 약속을 해 왔다. 사실상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불가’ 입장을 철회한 것치고는 차분한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증세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소득세, 담뱃세, 주민세 등 주로 서민을 대상으로 증세가 이뤄지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노인을 예로 들면 기초연금을 10만원 늘려주고 6만원을 다시 담뱃값으로 뺏어가는 격”이라며 “가처분소득을 늘린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