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호의 小數設] 세월호특별법 통과가 국회 정상화의 필요충분조건

입력 2014-09-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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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적어도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순수함’의 반대말은 ‘정치적’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얘기다. 이들은 국회 내로 발을 들여놓은 이후 생각지도 못하게 그 의도가 정치적이지 않음을 증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더구나 이들은 폭행행위에 연루되는 악재까지 만났다. 정치적 공방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을 세월호 사건 자체로 전가하는 시도조차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칫하면 세월호특별법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참사를 지켜만 본 정부 책임자와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진상을 조사해도 부족한 마당에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과 의지를 소모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유족들의 순수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해 왔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유족들의 진정성을 시험에 들게 하던 언어와 행동들은 결국 자신을 향한 칼날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우선 여당은 야당이 내홍과 세월호특별법으로 민생법안 처리에 발목이 잡혔다고 푸념해 왔다. 그런데 지난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에 힘입어 단독국회를 열어 줄곧 주장해 오던 91개 민생법안의 처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이지지 않았다.

결국 세월호특별법은 여전히 여야의 대치 속에 미로에 갇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2차 재협상을 마지노선으로 추가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6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세월호법과 관련해서는 국무회의에서 밝힌 대로, 3권 분립과 사법 체계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물론 새롭게 취임한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김무성 대표가 22일 첫 회동을 가지면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원내대표들에게 다시 협상하란 합의를 한 정도다.

시간이 촉박하다. 현재 유족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면서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 자칫하면 지친 유족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이 강조해 온 세월호법 처리의 시급성이 가장 필요한 상황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특히 여당은 단독국회 수순을 밟고 있는 지금 법안의 통과와 유족들을 상대하는 태도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할 차례가 왔다. 그 어느 때보다 세월호 사태의 해결을 위한 진정한 의지를 검증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민생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의 분리처리를 주장해 왔던 만큼 이 사안에서도 처리의 시급성을 다시금 깨닫고 그 기민함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계파갈등을 정리하고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당내는 물론 유족들에 대한 설득도 실패하면서 무력함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폭행사건 등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신뢰를 잃었다. 새롭게 꾸려진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는 이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회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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