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3·4세 경영인들은 보통 베일에 가려져있다. 학벌이나 입사 시기, 근무지 등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대부분이다. 해당 기업 홍보팀 임직원들도 실세인 아버지가 건재한 만큼 자녀들을 조명하는 것은 일종의 불경죄(?)라며 극도로 말을 아낀다. 따라서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외한, 이른 바 ‘3·4세 경영 초년생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후계자 수업에 돌입한 이들 중 눈에 띄는 재계의 인물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형모씨,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규호씨,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 등이다.
형모씨는 지난 4월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형모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살 터울인 사촌형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부장도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2009∼2012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금융과 회계 업무를 한 뒤 지난해 초 귀국했다. 지난 4월부터 현재의 ㈜LG 시너지팀에서 근무 중이다.
규호씨는 2012년 말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차장으로 입사해 현장 감각을 익혔다. 이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인 규호씨는 현재 코오롱글로벌에서 부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동선씨는 지난 23일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경기를 끝으로 승마선수 은퇴를 선언, 경영수업에 매진할 뜻을 밝혀 최근 화제가 됐다. 이로써 한화가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을 비롯해 3형제 모두가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김 실장의 경우 업황 부진에도 한화큐셀을 1년 만에 흑자전환시킨 후 한화솔라원에 복귀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3·4세 경영인 대부분이 유학파인 만큼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면서 “앞으로 많은 부문에서 이들의 자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