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위기의 토종 사모펀드] 토종 PEF 해법… 투자자산 청산 ‘세컨더리 시장’이 돌파구

입력 2014-10-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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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사모펀드 간 거래 활발… 투자회수 실패시 손절매로 최소한 투자원금 회수 기회로

PEF 시장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PEF 관계자들은 모험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컨더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는 LP들이 투자금 일부라도 건질 수 있어야 투자에 계속 나설 수 있고, 자본규모가 작은 투자자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PEF가 자체적으로 운용 전문성을 길러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절매 가능한 세컨더리 시장 설립해야 = 세컨더리 시장은 사모펀드끼리 투자자산을 사고 파는 시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에쿼티 투자로 들어간 LP들이 엑시트에 실패했을 때 이를 손절매하는 시장이다. LP들은 할인율을 적용해 세컨더리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투자 원금을 최소한이라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세컨더리 시장에서 투자하는 쪽은 가치가 있는 펀드만 잘 살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미국과 유럽은 PEF끼리 매물을 주고 받는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국내에는 시장 자체가 없다. 선진국의 경우 2011년 말까지 지난 10년간 세컨더리 펀드는 다른 사모펀드의 투자수익률을 상회했고 수익률 편차도 낮았다. 콜러캐피탈의 세컨더리 펀드는 2008년 이전에 단 한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고 금융위기 이후 9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선진국에서는 세컨더리 시장이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투자 회수 기간이 짧고 수익률이 안정적이란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연기금, 규제 변화로 투자 회수에 나서는 금융기관, 투자 기한의 만기가 도래하며 투자 자산의 청산을 원하는 운용사들은 세컨더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에서는 지난 2009년 판테온 벤처스(Pantheon Ventures)가 조정하는 세컨더리 펀드에 2억달러를 출자했고 올해 렉싱턴 파트너스(Lexington Partners)에 6억달러를 출자한다. 단순히 세컨더리 시장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이 CB, BW 등 소수 지분에 투자하는 대신 세컨더리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1세대 PEF 관계자는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LP들이 손절매할 수 있는 세컨더리 시장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시장이 없다”며 “사실 프라이머리 시장(일반 PEF 시장)에서 PEF들이 투자에 나서고 산업은행 PE 등 정책금융에서 세컨더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PEF의 운용 전문성 키워야 = PEF 내부적으로 운용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이런 인식은 더 강해지고 있다. PEF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PEF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 역량’이다. 이 능력에 따라 PEF의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1969~2006년 미국 PEF 가운데 수익률 기준 상위 25% 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IRR)은 36%를 기록했다. 2010년까지 미국과 유럽의 바이아웃펀드 수익률은 S&P·DAX 주주들의 수익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PEF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자한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성과의 최대치(최대잠재치·Full Potential)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산업과 시장의 경쟁 상황에 대한 재조명, 기업의 핵심역량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미국과 유럽의 운용사들은 투자전문 인력과 투자 후 자산관리를 위한 C-level(경영진) 인력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1세대 운용사들은 약 10명 내외의 인원이 금융, 인프라,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군을 다루다 보니 전문적인 관리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PEF 운용 전문성을 기르는 데 그치지 말고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고 본래 취지인 모험 자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경쟁하는 것이 필수란 설명이다.

박용린 자본시장 연구원은 “외국계 PEF들이 외환위기 때 국내에 와서 높은 투자 차익을 실현했듯이 국내 PEF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해외에서 경쟁하려면 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키울 수 있는 인력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므로 PE가 갖고 있는 비전과 궁합이 맞는 전문경영인과 함께 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KKR와 직접 경쟁할 필요는 없고 우리는 좀 더 작은 사이즈 딜로 가면 된다”라며 “딜 소싱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외 네트워크부터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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