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글로벌 금융·경제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 대규모 해외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국 경제 세일즈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경제의 견고한 기초체력을 적극 알리며 한국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는 선도주자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QE)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에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엔저는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시즌스 호텔에서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만 회장 등 200여명의 해외 투자자와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열었다.
장관급 이상이 직접 뉴욕에서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투자를 촉구한 것은 지난 2005년 5월 당시 한덕수 부총리 이후 9년여만이다. 또 금융·경제중심지인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0년 3월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 이후 4년반만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회복에서 도약으로(From Resilience to Breakthrough)’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은 세계경제의 국면 전환기마다 가장 발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현재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우리는 회복에 머물지 않고 도약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양호한 국가 부채와 경상수지 흑자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저성장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축소균형’에서 벗어나 ‘확대균형’ 달성을 위해 과감하고 직접적이며 명확한 수단을 통한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와 노동시장 개혁, 청년ㆍ여성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기회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인 규제개혁으로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유망서비스업, 창조경제, 해외진출을 확대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41조원 이상의 금융ㆍ재정지원과 함께 내년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한편, △가계부채 관리 △공공부채감축 및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선 △재정건전성 확보 등 중장기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 개선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새경제팀의 확장적인 경제정책이 다른 선진국이 펼쳐온 양적완화 정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느냐에 대해서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책을 양적완화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정책여력을 바탕으로 재정건전성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상황에 따라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도 다른 나라와 달리 제로금리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조기에 인상하더라도 한국에서 급격히 자본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자본이동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3600억달러 이상의 충분한 외환 보유고, 낮은 단기외채 비중, 30개월째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 견조한 재정건전성 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작년 5월 미국 양적완화 가능성 제시 이후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1년 이상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엔저 현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엔저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수출 경쟁력이나 금융 부문 자본 유출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엔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심지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 둔화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라서 영향을 받겠지만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차별화하고 현실화하면서 대처하겠다”며 “대중수출은 가공무역 비중이 높고 중국이 내수에 비중을 두는 만큼 중국의 최종 소비재 시장을 강화해 중국 수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책 중 LTV·DTI 합리화 등이 한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고 있고 새 주택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는 등 부동산시장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가계부채와의 상관관계와 관련해선 “가계부채 양 자체는 증가하겠지만 총량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는 투트랙 전략으로 총량 관리와 함께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는 한편, 가처분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 비율을 낮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변수를 걱정하는 투자자에게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북한 이슈와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 민감하게 느끼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을 분단국가로 지내오면서 시장의 학습효과 등이 많이 축적돼 있어 북한 변수에 의해 한국 경제가 크게 좌우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