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속도로 사업을 벌일 때 교통량 수요를 과다하게 추정한 탓에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게획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이 도로 건설 투자비용의 원리금 상환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3년 7년간 통행료 수입은 원리금 상환액보다 5조5289억원이 부족했다.
고속도로처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은 초기에 건설비용을 투자한 뒤 이후 통행료와 같은 운영수입으로 투자비용을 충당해 나간다. 때문에 통행량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비용과 그에 따른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어렵게 된다.
예산정책처는 고속도로의 통행료 수입으로 건설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이유로 ‘수요예측의 오차’를 꼽았다. 2006년 이후 개통된 고속도로의 예측 대비 실제 교통량은 지난해 말 현재 41.2%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계산보다 운영수입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노선은 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나고 있다. 건설투자비가 2조7440억원이었던 무안광주•88선은 영업손실 누적액이 2896억원을 기록했고, 3조9127억원이 투입된 동해선 역시 14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사업 시행 전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교통량을 과다 추정해 수요예측에 실패한 노선”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와 타당성조사의 주체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교통량을 과다 추정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2005년 공사 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9년간 총 4조7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고속철도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적자였는데 특히 일반여객과 물류사업은 지난해에만 각각 3869억원과 3810억원의 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