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3달 앞둔 30대 남성이 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생존율은 10%, 남은 기간은 최대 2년. 영화 '원위크'는 이렇게 시작된다. 다소 뻔한 구성이지만 그렇다고 구질구질한 신파극은 아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원위크'는 주인공이 암 말기 환자가 아니라 아토피 말기 환자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영화다.
영화에는 주인공이 암으로 고통받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역시 전혀 유쾌하고 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위크'가 굳이 암이라는 식상한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죽음을 하나의 계기로써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죽음을 보면 삶이 보인다. 삶을 보면 죽음이 보이듯. 진단을 받고 나선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그렇다. 떠나보면 자신의 자리가 보인다. 자신의 자리를 보면…이하 생략.
'원위크'에는 총 18곡의 플랫한 어쿠스틱 음악이 수록됐다. 이 음악들은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토론토에서 밴쿠버로 이어지는 끝없는 길을 따라, 앨버터 공룡공원, 로키산맥 등 광활한 캐나다의 풍광을 따라 하나의 큰 테이크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놀라운 점은 각기 다른 뮤지션의 음악들이지만, 영화에 넣어두고 보면 '원위크'라는 기준 아래 하나의 완벽한 앨범이 완성된다는 것. 아쉬운 점은 정식으로 발매된 OST 앨범이 없다. 음악을 들으려면 무조건 영화를 봐야 한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음악은 18곡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며 흘러나오는 Tony Dekker의 'Imaginary Bars'나 중간중간 삽입된 Sam Roberts의 'Hard Road', Stars의 Calendar Girl, Kupek의 'Don't Bother' 등은 모두 로드무비 음악의 정석을 보여주듯 고즈넉하고 흥겹다. 이 밖에도 라이브로 연주되는 Joel Plaskett의 'A Million Dollars'나 석양이 지는 오렌지빛 해안가를 물들이는 Patrick Watson의 'The Great Escape',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흐르는 Pacifist's Anthem의 'Sunparlour Players' 등 어느 한 곡도 플레이리스트에서 빼놓을 것이 없다.
대부분의 로드무비가 그렇듯 '원위크'에도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자전거 여행을 떠난 청년들, 전직 암환자인 대마초 흡연자, 아이스하키 선수, 혼자 사는 걸걸한 시골 아줌마, 산에서 만난 여자 등. 주인공은 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정수'를 통해 진짜 자신을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언제나 그렇듯 집이다.
어느 여행가가 말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시 돌아와 더욱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산에서 만난 여자 역시 "1주일 후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내 마음은 내일도, 어제도, 3시간 후도 아닌 여기에 있으니까, 1주일 후에 죽는대도 지금 하던 일을 계속 하겠다"고 말한다. 머나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들에게 말하는 '원위크'의 '정수'는 바로 이것이다.
"힘쓰고 추구하고 찾아내고 결코 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