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다시피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이 각각 50:50으로 지분을 나눠 갖기로 약속하고 만든 정당이다. 50:50으로 하기로 했으니 지역위원장의 구성도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50:50으로 되어야 정상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에서 약속을 지키는 경우를 보기란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새 정치를 하겠다며 “약속을 지켜 정치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그래도 이번에는 다르겠거니 하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게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안철수 의원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생각으로 송호창 의원을 조강특위에서 사퇴시켰는지는 몰라도, 표면적으로 보자면 조강특위에 들어가 봤자 어차피 50:50의 지분이 지켜질 상황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는 괜히 조강특위의 체면과 정통성만 세워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안철수 의원 측은 “계파 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나눠 먹자 이렇게 간다고 하면 결국 영원히 집권 안 하고 국회의원만 계속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안철수 의원 측의 세력은 자꾸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가 모두 범친노(친노무현계) 인물인 상태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안철수 의원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지금 지역위원장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그 이후 있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지금부터 전투적 자세로 조강특위에 임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안철수 의원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새정치연합 내의 구국구당 모임과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에 포함된 의원들이나 당 고문들은 대놓고 신당 창당이나 분당 얘기를 꺼내놓고 있는데, 이런 마당에 안철수 의원 측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나 다른 중도 온건파가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다면, 분당의 환경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일단 분당의 조짐이나 신당 창당의 움직임이 총선 직전에 나타났다. 왜냐하면 공천 과정에서는 의례 잡음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런 상황에서 공천을 못 받은 이들이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주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분당, 그리고 신당 창당 명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공천 과정 이전에 분당 얘기가 나올 수 없었던 이유는 분당을 통해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그것 자체가 모험이어서 행동을 같이 할 동료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즉, 국회선진화법은 전체 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안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만일 지금이라도 야당에서 뛰쳐나온 40명 정도의 의원이 정당을 만든다면, 그 어느 정당보다도 위력적인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의 위력이란 곧바로 정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정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그 정당 소속 의원들도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런 관심은 바로 이들의 정치적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과거보다는 분당, 그리고 신당 창당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 부분 감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나 새정치연합 내의 다른 중도 온건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