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세라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기업인으로서는 비교적 책을 많이 쓴 분인데, ‘사장의 도리’도 그가 쓴 책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이 기존의 서적과 다른 점은 그의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경영철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이다. 서둘러 뭔가를 하라고 재촉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찾고자 했던 답은 다음의 질문에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 오늘날의 내가 있게 되었는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왜 그런 사고방식이 아니면 안 되는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소제목은 인생과 경영의 원칙,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 왜 경영에 철학이 필요한가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가이다. 이 책은 수십년 전 직장 초년 시절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신문 기고에서 시작된다. 몰락해 가는 첫 직장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1957년 봄, 그는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과 사사건건 다투게 된다. 그때의 노동조합장이던 기쿠치 히로시(69세)가 이나모리 회장 앞으로 1997년 <교토신문>에 기고한 내용이다. “당신이 연구소로 배속돼 시간외수당도 받지 않고 신제품 개발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던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던 것은 지금도 저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이나모리 회장은 젊은 날부터 다수가 생각하거나 시대 분위기라 할지라도 자신의 원칙에 맞는가 아닌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 초년부터 ‘필로소피’가 명확한 사람이었다. 훗날 그가 대성하는 데 이 한 단어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파업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필로소피’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노조원과 갈등을 빚게 된다. 그는 자신이 교세라 창업 때부터 인간의 마음이나 원리원칙이라 불리는 것들을 중요하게 여겨 왔으면 이 부분이 자신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고백한다.
회사를 창업하고 얼마 되지 않은 1961년 어느 날, 고졸 출신의 근로자 11명이 피로 손도장을 찍은 요구서를 갖고 그를 찾아온다. ‘불안하니까 회사가 매년 정기적인 승급과 상여금을 보장해 달라’는 턱없는 요구였다. 이나모리씨는 자신도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걸 보장해 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바로 사장의 도리에 관한 것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회사는 사장 개인의 꿈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까지도 직원들의 생활을 지켜주기 위한 곳이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사장으로서 어떻게든 직원을 물심양면으로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붓자고 결심을 다졌다."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이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역설적으로 이타를 통한 이기를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한 사람이 아니라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돈을 벌었더라는 표현을 대신할 수 있다. 건강한 생각대로 많은 부분이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은 깊이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