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선임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국민은행 노조가 특별수당을 요구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 내정자가 노조에 끌려다니면 ‘KB금융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윤 내정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특별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올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태로 직원들이 야근, 휴일근무를 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건호 전 행장이 “경영이 정상화되면 직원들의 사기진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만큼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 달라는 요구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연계해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윤 내정자가 조직 안정 때까지 은행장을 겸임키로 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노조의 돌발행동에 KB금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장 경선 당시 노조는 내부 출신을 주장하며 윤 내정자를 지지했다. 이에 그는 역대 KB 회장 중 처음으로 반발 없이 회장직에 무혈입성했다.
그런데 윤 내정자가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노조가 급변한 것은 ‘새 경영진 길들이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위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노조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윤 내정자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윤 내정자가 국민은행 노조의 기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KB의 환골탈태를 위해 노조의 구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KB 회장 선출과정에서 외부인사인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에게 후보 사퇴를 권고하고 나서서 ‘노치(勞治)’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전 행장과의 약속을 앞세워 노조가 농성을 벌이는 것은 윤 내정자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뼈를 깎는 조직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윤 내정자는 노조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