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국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유로존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신흥국 역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꺼내 든 카드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속수무책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가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3.7%로, 정부(4%)와 한국은행(3.9%)의 전망치보다 낮게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6%로 더욱 낮게 예측했다. 내년 민간소비가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미흡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며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비가 침체되면서 기업의 이익을 악화시키고, 이는 직장인과 영세업자의 소득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은퇴를 준비하거나 실버세대에 접어든 사람들 역시 저성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정부 역시 금리를 올리지 못해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을 높여 노후자금을 불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저성장 시대에는 은퇴자들이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방법은 바로 ‘절약’이다.
윤치선 연구원은 “현재 예금이나 금리 연동형 연금보험 등에서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더 좋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해외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 힘든 투자자라면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통해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저축액 자체를 늘리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절약이다”고 강조했다.
은퇴자들은 대개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힘들기 때문에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은퇴자금을 운용한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금리형 자산의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노후자금이 조기에 소진될 위험이 크다.
때문에 은퇴자들은 처음에 생각했던 노후생활비보다 적게 쓴다면 좀 더 오랜 기간 돈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노년의 절약은 젊은 시절의 절약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절약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치선 연구원의 조언이다.
윤 연구원은 “은퇴자들은 절약보다 생활 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라며 “대표적 방법으로 살고 있는 집에서 좀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