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경상수지가 2년 8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주력품목이 10% 이상 곤두박질치면서 5년 1개월내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27일 ‘국제수지(잠정)’ 자료를 통해 10월 경상수지가 90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32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흑자 규모는 전월의 74억1000만달러보다 16억달러 확대됐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작년 10월과 5월(98억9000만달러), 올해 5월(90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4번째 규모다.
올해 1~10월 누적 경상흑자는 706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661억5000만달러)보다 6.8%(45억1000만달러) 더 많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흑자 규모는 작년(799억달러)에 이어 또 사상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올해 경상흑자 규모를 840억달러로 보고 있다. 정준 한은 금융통계부장도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치를 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986년 6월부터 3년2개월 동안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 수출입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가 전월의 75억1000만달러에서 86만6000만달러로 확대된 영향이 컸다.
◆수출 8.2%↓…5년 1개월來 최대폭 감소 = 그러나 상품수지 중 수출은 521억6000만달러로 작년 10월보다 8.2% 감소했다. 지난 2009년 9월(-17.3%) 이후 5년 1개월내 최대 감소폭이다. 이는 핸드폰 등을 포함한 정보통보통신기기(-10.6%), 승용차(-14.4%), 가전제품(-13.3%)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작년 같은 기간에 크게 부진한 영향이다. 내수 회복세가 미미한 가운데 그나마 경제를 떠받쳤던 삼성·현대·LG 그룹의 수출 전선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선박(33.5%), 반도체(11.3%) 등의 수출은 큰폭으로 늘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기본적으로 가공무역에 의한 수출입이 위축된 데다가 경상수지에 반영되는 선박 수출액은 통관기준과는 달리 기성액 개념인 데 따른차이도 발생, 수출 감소율이 커졌고 수입 감소에는 국제 유가 하락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전년동기비 7.5% 줄어든 435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2월(-14.5%) 이후 1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유(-17.3%), 가스(-12.4%) 등을 포함한 원자재가(-2.8%)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적재산권사용료 수지 2년 9개월來 첫 흑자 =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전월의 -2억8000만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로 소폭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1억7000만달러로 2012년 5월(1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최소 규모로 줄고 지식재산권사용료가 1억4000만달러 흑자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가 흑자를 낸 것은 2012년 1월(1000만달러 흑자)이후 처음이다.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규모는 배당지급이 감소하면서 전월의 6억1000만달러에서 9억7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6000만달러 적자로 9월(4억3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줄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전월 87억6000만달러에서 68억달러로 축소됐다. 부문별로는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로 직접투자 유출초가 전월 21억5000만달러에서 20억9000만달러로 줄고 증권투자 유출초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축소와 외국인 증권투자의 순유입 전환 등으로 35억2000만달러에서 3억8000만달러로 감소했다.
기타투자의 유출초는 금융기관의 순차입 전환에도 해외 예치금과 대출 증가로 전월 18억8000만달러에서 40억1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파생금융상품은 전월 4억7000만달러 유입초에서 5억7000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