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올 한해 동안 이룬 성과는‘하나·외환은행 통합 추진’과‘성공적인 해외 진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은 김 회장의 데뷔작이자 리더십의 시험대였다. 김 회장은 치밀한 준비 속에 속전속결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전임 회장의 그늘에서 완벽히 걷어나 자신만의 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이 지난 7월 은행 조기통합 의사를 내비친 후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추진은 급물살을 탔다. 당국 승인신청과 외환은행 노조 변수만 해결되면 김 회장이 약속한 연내 조기통합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승인을 이달 초에 신청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 출범한‘통합 하나카드’역시 김 회장이 만들어 낸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하나카드는 회원 수 520만명, 자산 6조원, 연간 매출 50조원에 이르는 중견 카드사로 재탄생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연매출 140조원과 순익 5000억원,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하나·외환은행의 중국법인 통합작업도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해외진출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7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출범식이 열리면서 김 회장이 늘 강조했던 글로벌 뱅킹으로의 도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달에는 하나은행이 베트남 진출 7년 만에 베트남 중앙은행으로 부터 호치민 지점 설립을 위한 내인가(Approval in Principle)를 취득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중국·인도네시아에서의 적극적인 현지화를 바탕으로 소비자금융 부문 등 비은행 시장의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아시아벨트 시너지 추진협의회를 해외사업 전역으로 확대해 공동 비즈니스 창출, 북미 네트워크 간 연계방안 구축 등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올해가 가기 전에 김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외환은행 노조를 다독일 묘수가 시급하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교감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 첫 상견례가 무산된 이후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노조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저조한 수익도 아쉬운 부분이다. 올 3분기 들어 타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데 반해 하나금융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9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7.7% 줄어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