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의 부가가치가 최근 2년간 감소하는 등 국내 은행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정체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산업의 정체는 정부의 규제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같이 제기 됐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금융연구원과 글로벌금융학회 공동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 앞서 배포한 주제발표 자료에서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때 국내은행의 성장 기여도는 정체돼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산업의 부가가치(순이익과 인건비 합계 기준)는 2011년 25조9000억원에서 2012년 21조원, 2013년 16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부가가치는 2004년 16조4000억원 이후 9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은행산업의 부가가치는 2005년 22조5000억원, 2006년 22조7000억원, 2007년 25조3000억원 등 20조원대에서 2008년 17조8000억원, 2009년 16조9000억원, 2010년 19조7000억원 등 10조원대 후반으로 줄고서 이후 2년간 20조원대를 회복했으나 다시 뒷걸음쳤다.
국내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경제성장 기여도로 직결된다. 서 위원은 "은행의 성장 기여도 정체는 수익성 악화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며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재정위기 후유증을 겪는 일부 유럽 국가를 빼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가 선정한 '세계 1천대 은행'의 2013년 총자산이익률(ROA)은 평균 1.28%였지만 이 가운데 한국의 은행은 0.38%로, 83위권에 그쳤다. 평균을 넘는 국가로는 케냐 6.00%, 우루과이 4.30%, 조지아 3.80%, 미국 2.00%, 말레이시아 1.70%, 중국 1.46% 등이었다. 반면 영국(0.67%), 프랑스(0.42%), 일본(0.40%) 등은 평균에 못 미쳤다.
서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대출 자산 증가율도 둔화하는 등 자금중개 기능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건전성과 자금중개 역할로 볼때 국내 은행의 대출증가율이 정체된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건전성 악화로 인한 신용리스크관리 필요성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은행 수익성이 저하된 원인으로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요인과 함께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가격제한, 정책금융 동원 등 금융당국의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의 변화에서 나타났다. 2007년 14.6%였던 ROE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 개편방안 도입 이후 2008년 7.2%로 급락했다. 또 2010년 은행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 도입 이후에 7.2%에서 8.4%로 소폭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2012년 6.2%로 다시 떨어진 ROE가 은행별 수수료 체계 개선방안 시행 이후 2.7%로 10년새 최하를 기록했다.
서 위원은 "금융당국이 은행을 규제산업으로 인식해 금융사고 발생을 막고자 감독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고부가가치 산업인 은행업 육성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며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민간 은행이 서민금융, 정책금융을 맡도록 하는 것은 관치 금융"이라며 최근 당국이 활성화를 유도하는 기술금융과 관계형 금융도 "은행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기술평가기관의 육성 등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 결정은 시장에 맡기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