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킹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사실 소니는 지병(持病)이 더 위중했다.
스마트폰 경쟁에 잠시 뒤쳐졌다가 `매각 굴욕`을 겪은 노키아, 여전히 생존이 문제인 블랙베리에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소니 침체의 골은 깊었다.
‘기술의 소니’를 대표하던 워크맨과 음극선광 방식 TV ‘트리니트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쳐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소니의 사업이 가전에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소니를 대표하진 못한다. 소니의 TV 사업부는 지난 10년간 70억 달러(약 7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초 결국 계열사 소니 비주얼 프로덕츠로 분리됐다. TV 부문을 포기하는 것이냔 얘기가 돌았고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소니 TV 계열사가 흑자로 돌아서고 있고 소니가 결코 TV 없이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리란 인식이 회사 내에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니 TV 계열사가 간신히 흑자를 내기 시작했지만 영업 마진 등을 고려할 때 지속 가능성은 크게 없다고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마무라 마사시 소니 디지털 프로덕츠 최고경영자(CEO)는 "소니에게는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가전업체라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TV의 위상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인해 전과 같지 않고 비지오나 중국의 하이센스 등 저가 TV 업체들의 공세에 치받치고 있다.
WSJ은 소니 TV 계열사가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미약하나마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는 오는 2018 회계연도까지 이익 마진율 2~4%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익 마진율 5% 미만이라면 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소니에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오히려 플레이스테이션(PS) 비디오 게임이나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 영화 제작 등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내부적으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히라이 가즈오 CEO는 TV 제작을 위해 제휴 등 각종 방법을 강구해 보자는 쪽이지만 오히려 이마무라 마사시 소니 디지털 프로덕츠 CEO는 사업이 다시 부진에 빠져든다면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마사시 CEO는 그러면서도 최근까지 가격과 디자인 경쟁에 치우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고화질 고음질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초고화질(Ultra High Definition), 이른바 4K TV를 포함해 고품질 TV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소니는 4K TV의 매출은 20~30% 줄어들지라도 이익률은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4K TV가 올해 전 세계 TV 산업의 19%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8%인 것에 비하면 이익률이 꽤 높은 것이다. 지난 3분기 소니는 북미 4K TV 시장에서 1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2%였다.
마사시 CEO는 또 인터넷 연결을 기본으로 할 때 TV를 중심으로 비디오게임과 스마트폰 사업 등이 하나로 묶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즉 TV를 보다가 게임도 즐기고 통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TV란 사람들이 편하게 보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용하기 쉽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스마트TV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