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개장을 포함해 16~18일 3일 동안 이케아를 다녀간 사람은 5만여명에 육박했다. 이 중 5분의 1이 커피와 핫도그를 각각 마시고 먹었으며, 대부분이 ‘미트볼’로 허기를 채우며 4~5시간의 가구 쇼핑을 이어갔다. 가구 쇼핑과 먹거리, 놀이와 데이트가 한꺼번에 가능한 공간을 목격한 이들은 ‘이방인’의 성공 가능성에 토를 달지 않는 듯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오픈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룡의 진짜 경쟁력에 대해 소비자들이 눈치를 차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온라인 후기마다 이케아의 제품에서 가구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 국내 가구단지에서 새 가구를 살 때 풍겼던 역한 냄새가 없었다면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E0’, ‘E1’ 등 환경 기준을 언급하면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까지 보인다.
그동안 일부 가구업체들은 ‘가구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에게 건강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냄새는 대부분 PB나 MDF 같은 집성목(원목 톱밥 또는 폐목재 톱밥)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 때문이다. 집성목은 톱밥을 본드와 버무려서 고온·고압으로 쪄내는데 이 본드가 포름알데히드 범벅이다.
선진국은 이런 유해가구를 쓰지 못하게 한다.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E0와 E1 등급만 생산하고 있다. ‘E0(Emission Zero)’는 유해물질 배출이 제로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1ℓ당 0.3~0.5㎎이 나온다. E1은 1ℓ당 0.5~1.5㎎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일본은 E0보다 높은 슈퍼E0(SE0)를 쓰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고, 유럽과 미국도 E0 이상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명 브랜드만이 겨우 E0와 E1을 사용할 뿐 영세업체들은 E2 재료로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국내 가구산업에서 영세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따지고 보면 이케아의 무차별적 공격을 그대로 허용한 건 결국 정부와 업계가 자초한 면이 크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건강’은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키워드가 됐다. 공룡이니 공습이니 언론과 업계가 이케아 진출의 파장을 자극적으로 표현해 왔지만,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이케아와 국내가구의 공공연한 비밀을 눈치챘다면 전세는 점점 더 이케아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케아는 한국에서 1호점밖에 내지 않았다. 좋은 재료와 디자인, 값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리턴’시킬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다. 그동안 가구에 대한 정부 규제의 허술함과 업계의 반성을 이끌어낸 이케아 진출의 순기능을 이해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