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전통술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미생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이 나왔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가졌다. 소맥과 맥주가 아닌 주머니 걱정 덜고 풋고추 하나, 김치 한 그릇의 소박한 상차림에 상사와 즐기는 막걸리가 등장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막걸리는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전적으로 미생물에 맡겨 두는 술이다. 물론 미생물이 가장 행복한 환경에서 술을 발효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양질의 쌀·누룩·물을 공급하는 과정의 정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인기 드라마 미생과 막걸리를 만드는 미생물의 미생은 한문이 다르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았거나(未生) 작은 것이 모여(微生) 완성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한다는 점,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이 주어진다면 최고의 힘을 발휘하며 좋은 결과물, 또는 술로서 보답한다는 점에서는 많은 점이 닮아 있다.
시간과 절차를 무시하면 조직생활에서 큰 실수가 오는 것처럼 인간의 작위적인 시간이 아닌 미생물의 시간을 따라서 빚는 술들은 그래서 인간에게 풍요로운 맛과 향으로 보답하는 것일지 모른다. 막걸리는 드라마 미생과 닮았다. 자극적인 첨가 요소가 없이도 우리네 일상 속에서 막 거른 듯 무덤덤하게 우리 곁을 천 년 이상 지켜본 술이기 때문이다.
미생의 명대사를 막걸리가 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는 ‘잊지 말자 나, 막걸리는 우리 술의 자부심이다’로 말이다.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가는 직장인의 삶에 그들과 가장 닮은 술 막걸리가 함께 응원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