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다수 금통위원이 저물가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은이 3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의견을 개진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저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위원은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저물가의 부정적 효과가 심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B위원은 “경제주체들의 체감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장기화하는 저물가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계감을 느끼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올리는 데 통화정책의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으로, 이번 달에 역대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져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면 실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을 ‘디플레이션 경고등’으로 보기도 한다.
C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적정 물가상승률 이하로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의 가격·임금 설정 행태를 변화시켜 최적화된 고용과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형성하는 데 통화정책의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위원은 “거듭된 금융완화가 물가 상승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저물가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달리 일부 위원은 “공급 측 요인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은 실질소득 증가나 소비증가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위원은 “디플레이션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더라도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 소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