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서 아버지 덕수의 삶을 표현한 배우 황정민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다. 배우이기 이전의 아버지이기도 한 황정민은 무뚝뚝했던 아버지와 서먹서먹했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돈독한 부자 관계를 꿈꿨다. 그는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공개했다.
“언제나 귀엽다. 잠도 같이 자고, 키득키득하며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래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낸다. 어릴 때 아버지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로 작용했다. 항상 내 아이와는 저처럼 서먹한 관계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국제시장’의 덕수 역은 애초부터 황정민이었다. 황정민은 재작년 가을 대본을 받았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한다는 말에 출연을 결정했다.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 황정민의 설명이었다.
“대본을 보고 참 많이 울었다.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산가족 신이 제일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시 엑스트라로 나이 많은 분들이 출연해줬는데 한 마음으로 울어줬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데도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행복한 경험이었다. 극 중 막순이 역의 배우도 촬영 때 처음 봤다.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제작진이 많이 도와줬다.”
‘국제시장’은 얼핏 황정민의 ‘원맨쇼’로 보이지만 김윤진, 오달수, 장영남, 정진영 등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이 곳곳을 꽉 채우고 있다. 특히 덕수의 동반자 영자 역의 김윤진은 ‘로스트’ 등 미국드라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를 버리고 가장 한국적인 여성상으로 황정민의 연기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김윤진과는 ‘쉬리’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저는 단역이었고, 김윤진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그래서 김윤진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찍었다. 파독 탄광 장면을 찍은 체코에서 첫 만남을 가졌는데 첫 촬영이다보니 서먹서먹함이 있었지만 지금 영화를 보니 그런 부분이 덕수의 풋풋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덕수의 삶과 비교할 때 배우 황정민의 삶은 어떨까.
“덕수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은 아니었다.(웃음) 힘은 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살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을 정해놓고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기 때문에 덕수 보다는 재밌게 살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는 누구나 다 힘든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황정민은 내년 더욱 바쁠 전망이다. 영화 ‘베테랑’의 촬영을 마쳤고, 내년 3월 ‘히말라야’까지 크랭크업한다. 현재 ‘검사외전’의 출연도 확정했고, ‘곡성’ 역시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히려 작년, 제 작년에 연극, 뮤지컬을 함께 해 더 바빴다. 올해는 잘 쉬었다. ‘베테랑’ 끝나고 5개월 정도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가정주부로 살았다.(웃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년 3월에는 ‘히말라야’ 촬영을 위해 네팔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