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리테일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9주간 미국 소매업체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5%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폭으로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 3.5%는 물론,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3.8%를 훨씬 웃돈 수치다.
미국 유명 백화점 체인점인 J.C.페니는 소매업체 매출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의류업체의 판매 호조를 꼽았다. 의류업체들의 매출이 이 기간 동안 3.7% 증가했는데, 이는 당초 동일점포 매출증가 예상범위인 2∼4%의 상단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것.
업체별로 살펴보면 캐주얼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 ‘에로포스테일’, 스포츠 의류 브랜드 ‘주미스’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으며, 다국적 의류회사 ‘얼반아웃피터스’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 역시 4%에 달했다. 약국 체인점인 ‘월그린’, ‘라이트에이드’도 전년동기 대비 판매 매출이 늘어났다고 리테일 메트릭스는 분석했다.
이 처럼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배경에는 유가하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FT는 전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50달러 선이 깨졌다. 유럽경제 위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배럴당 가격이 20∼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유가하락이 일회성 세금감면과 같은 영향을 주면서 가구당 가처분 소득 규모를 1400달러 높이거나, 중산층 가구의 수입을 3%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여론조사기관 갤럽 역시 조사한 생활수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 지수는 81%로 조사를 시작한 7년 이래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 수준에 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생활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FT는 모든 업체가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에 호황기를 보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체된 노동임금이 소매업체에 걸림돌로 이어졌다는 것.
이에 미국 대형 장난감업체인 ‘토이저러스’는 동일점포 매출이 2.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