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부품 납품 비리 등 원전조달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원전사업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원전 운영과 건설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일총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1일 KDI의 ‘원전 조달 정상화 방안’ 국제세미나에서 “원전 조달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일부 임직원의 비리 사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원전 산업의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교수는 그동안 드러난 원전조달 비리는 원전조달시장의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개발연대에 도입된 원전산업 운영 시스템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원전 건설과 운영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내부 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집단이 유착하게 됐고, 이는 원전산업의 부패와 비효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조달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우선 중단기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간 ‘방화벽’을 설치하고 두 기관의 거래가 대등한 관계에서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안전등급 부품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결과를 공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공기업 입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원전 산업 구조와 산업 내 공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행 원전운영시스템을 선진국처럼 정책 수행, 규제, 사업 운영 등 부문별로 분리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원전 운영과 건설을 분리한 만큼, 한국도 원전 운영시장에 경쟁을 도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해 최고경영자(CEO)의 권한과 성과급 적용을 보장하고 정부의 경영 개입은 차단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관련 공기업에 대한 소유구조 변경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