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연간 실적과 대내적인 경영환경을 놓고 희비가 갈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2조원 반열에 복귀했다. 지난 2013년 1조8986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 밑으로 내려간지 1년만이다. 그러나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서 행장이 혈액암(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더라고 3연임은 고사하고 현직 복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4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14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2조811억원으로 전년보다 9.6% 늘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원화 대출 자산이 연간 8.8% 증가하며 실적 회복을 견인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 2조원 이상의 견실한 수익성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2011년 3조원 돌파 기록 역시 금융권에서 유일하다.
자회사별로는 신한금융투자 당기순이익이 56.9%가 늘어 독보적인 실적일 기록했다. 이어 신한생명이 6.9% 증가했고,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6.0% 늘었다. 반면 신한카드가 3.5% 줄었고, 신한BNPP자산운용은 10.4% 급감했다. 선제적 리스크관리로 부실여신과 대손충당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실적 증대의 희소식과 함께 서진원 행장의 투병으로 후계구도가 복잡해 지고 있다.
비교적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탄탄하다고 자부했던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이번 서 행장의 공백이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7년 이후 후계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 안팎으론 서 행장의 현직 복귀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회장 역시 지난 3일 범금융 대토론회에서“병세가 회복돼 곧 퇴원 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업무복귀는 어렵다”고 밝혀 3월 주총 이전에 후임 행장 인선을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됐음을 암시했다.
이같은 전망에는 신한사태를 일으킨 라응찬 전 회장이나 신상훈 전 사장의 측근들로 분류됐던 현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들이 중심에 있다. 김형진 지주 부사장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얻고 있는 셈이다.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출하기 위한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추천위원회는 이달 말 내지는 다음달 초 열릴 예정이다.
신한금융 내부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한 회장이 신한사태 이후 특정 라인과 출신들을 끌어안기 위한 이른바 탕평인사책을 썼지만, 조직 내 권력구도 변화는 어느 한순간 허물어 질 수 있다“며 “신한금융 정서상, 차기 권력구도의 그림이 가시화되면 발빠른 움직임들이 수면위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