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찰인사에서는 다음 총장인사에 대비해 TK(대구·경북) 출신을 '잠재 총장 후보' 자리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박성재(52·사법연수원 17기) 대구고검장이 임명됐고, 김수남(56·16기ㆍ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 둘 다 차기 총장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자리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 채동욱 검찰총장과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2013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진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고 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원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경우 정권 초기부터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채 전 총장은 같은해 9월 혼외자 논란이 불거지며 자진 사퇴했고, 당시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도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차장에 TK출신을 앉힌 것은 임기를 절반 정도 남긴 김진태 검찰총장이 물러날 경우 '의외의 인사'가 떠오르는 것을 일찌감치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대검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수남 차장은 대구 출신으로, 현 정권에서 꾸준히 차기 총장으로 꼽혀왔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던 김 지검장이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오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공안 사건을 통해서다. 수원지검장 재직 시절인 2013년 8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한 직후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당시 통상 차장검사가 맡는 중간수사결과를 직접 맡아 발표하기도 했다. 현 김진태 총장과 전임자인 채동욱 총장도 대검 차장을 지냈다.
경북 청도 출신의 박성재 대구지검장은 기업수사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쌓아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중수부장·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검찰 내 '빅 4'로 불렸지만,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비중이 커져 사실상 검찰 2인자 자리로 꼽힌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재직하며 각종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했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기소하며 유명세를 탔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 증여 사건은 적극적인 수사를 미루다 특검 수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검 공안부장에 정점식(48·20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자리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경남 고성 출신의 정 부장은 법무부 위헌정당대책 TF 팀장을 맡아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사건을 맡아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결정을 이끌어냈다. 평검사 시절부터 공안사건을 처리해온 그는 '공안통' 세가 약화됐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안사건을 처리해온 '정통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12년 진보당 부정경선 사태 때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사건을 지휘했다.
한편 지난해 검찰 인사에서 '여성 최초 검사장' 타이틀을 달았던 조희진(53·19기)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제주지검장에 임명되며 이번에는 '여성 첫 지검장' 타이틀을 달게 됐다.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조 지검장은 '여성 최초 부장검사', '여성 최초 지청장'등의 기록을 쓰면서 여성검사들의 롤모델이 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