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몬이 판매자가 상품을 직접 등록하는 오픈마켓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도입한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오픈마켓의 영역으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9일 위메프와 티몬 관계자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직접 상품을 올리는 ‘판매자 상품등록 페이지’(가칭, 이하 상품등록 페이지)를 신설한다. 위메프는 3월부터, 티몬은 올 상반기 안에 이 시스템을 내놓을 방침이다. 양사 모두 일단 의류부터 도입하고, 식품 등 유통이 까다로운 제품은 논의를 거쳐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상품 구성부터 광고카피, 사진촬영까지 모두 상품기획자(MD) 주도로 이뤄지던 ‘큐레이션 커머스’에서 벗어나, 판매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MD에게는 사후 허가를 받는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다. 다만 상품에 대한 책임을 판매자가 아닌 소셜커머스 측에서 진다는 점에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중간인 ‘오픈 커머스’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소셜커머스의 이 같은 변화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쿠팡, 위메프, 티몬 3사가 태동한 2010년 5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시장규모(거래액 기준)는 2013~2014년 소셜커머스가 대중화 되면서 약 5조원대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상품구성이 서비스 중심이라는 한계점 때문에 2014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에 제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오픈마켓으로의 진출은 필수적이었다. G마켓·11번가·옥션 등 빅3가 군림하는 오픈마켓 시장규모는 40조원에 육박한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위메프다. 취급하는 상품 종류가 1만개가 넘었고, 이를 더욱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큐레이션 커머스 방식을 지속하기에는 MD의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해 진 탓이다. 게다가 큐레이션 커머스는 판매자 의견 반영 비율이 적어 판매자의 불만도 컸다. 소비자들 역시 제한된 상품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
위메프는 ‘판매자가 상품을 제일 잘 안다’는 판단 아래 오픈 커머스 방식으로 전환하고 판매자와 소비자의 접점을 늘리기로 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판매자,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상품등록 페이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지난해 가을께부터 준비했고 올 3월부터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몬 역시 소호몰만 이용하던 상품등록 페이지를 다른 분야 판매자에게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5월께부터 시스템 고도화를 시작, 올 상반기부터 차차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신현성 티몬 대표는 지난해 창립 5주년 기자회견에서 ‘가격 인하·상품종류 확대·서비스 강화’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 밝힌 바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이 상품등록 페이지 신설로 구체화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픈마켓이 큐레이션 팀을 구성하는가 하면,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면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쿠팡은 상품등록 페이지 개설을 검토중이나, 도입을 결정하진 않은 상태다. 올해는 서울, 경기 등 6대 광역시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당일 직접배송(로켓배송)망을 전국으로 넓히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