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엔 관심 있다. 하지만 장애인동계체전엔 관심 없다.’ 20여년에 걸쳐 삼수를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고도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모습이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엔 열광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동계체육은 외면한다.
씁쓸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는 얘기다. 동계올림픽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할까. 평창동계올림픽이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장 건설과 예산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분산 개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는 환경 훼손 최소화와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동계올림픽 명분이 없어질 뿐 아니라 국가적 불명예까지 거론하며 반기를 들었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마음 한뜻이던 국론은 분열을 피하지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떤 대회인가. 남아공 더반의 함성을 듣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재수ㆍ삼수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애를 태워야 했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ㆍ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만 개최하면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 빅이벤트를 전부 개최한 여섯 번째 국가가 된다. 게다가 열악하기 그지없던 동계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붐 조성을 통해 국내 동계 스포츠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렇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진정 이 많은 행복을 우리에게 가져다줄까. 그 해답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스포츠 빅 이벤트에서 찾고 싶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 인프라와 개최 노하우, 그리고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대회 폐막 후 4년이 지난 지금 경기력과 관심도 면에서 여전히 불모지 수준이다.
동계스포츠도 다를 게 없다. 국내 최대의 장애인 동계스포츠 종합대회인 제1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9일부터 나흘간 강원 평창과 서울 노원구·경기 동두천시 등에서 분산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동계체전이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텅 빈 경기장엔 선수단과 그들의 가족뿐이다.
강원도민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90%가 넘는 사람들이 찬성표를 보냈다. 불과 얼마전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의 동계체육엔 차가운 시선인 걸까. 국제 스포츠 빅 이벤트는 국력·경제력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거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뻥튀기식 경제효과까지 더해져 지지율은 거품처럼 부풀어났지만 정작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무시됐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은 1조7224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1조원의 부채만 남긴 채 폐막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약 10조원의 총예산이 투입된다. 인천아시안게임의 5배가 넘는다. 장애인동계체전의 텅 빈 경기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후 한국 동계스포츠의 암울한 미래를 대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