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글로벌 석유업체가 흔들리면서 근로자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호주 브라질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석유업체 감원이 10만명을 넘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석유업계 전문 인재파견업체 스위프트월드와이드리소시스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석유업체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 2012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엔지니어 수요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콜롬비아 출신 안전 전문가인 클라라 코리아 자파도 당시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으며 부를 만끽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돼 유가는 반토막 났고 그녀는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그녀는 호주 에너지업체에서 일하는 영국인 남편이 실직할까 두려워 하고 있다. 자파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며 “남편은 지금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데도 회사에서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토비어스 리드 스위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자파의 걱정은 유가 100달러 시대 전 세계 곳곳의 석유ㆍ가스 신흥도시로 옮겼던 수많은 근로자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근로자 감원에 대한 초점이 셰일열풍이 불었던 미국에 국한됐지만 전 세계 석유 관련 근로자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년간 항상 석유업계 직원 수가 부족했지만 이제 처음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며 “아무도 직원을 채용하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석유업계 밖에서도 일자리가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지니어인 디판카르 다스는 인터뷰에서 “호주 전역의 석유업계에 퍼져있던 친구들의 해고소식이 들려온다”며 “한 친구는 해고를 면했지만 1년간 무급휴가를 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배럴당 48.84달러로 마감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잉공급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P와 로열더치셸 등 다국적 석유업체가 올 들어 발표한 지출감축 규모는 400억 달러가 넘었다. 이들 업체는 유가가 뚜렷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더 줄이겠다며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BG그룹과 우드사이드페트롤리엄 등 호주에서 천연가스 수출단지를 구축하고 있던 업체들은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축소해 근로자들이 갈 데가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브라질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영 석유업체의 비리 스캔들이 터지면서 임원들이 잇따라 물러나는 등 근로자를 챙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도 상황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멕시코는 지난 2013년 말 해외투자 유입을 기대하며 70년의 석유산업 국영화를 끝냈다. 그러나 유가 하락 폭풍 속에 국영 석유업체 페맥스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8000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등 북해 석유업체도 일자리 감원 규모가 1만1500명을 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추가로 최대 3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