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제지표‧짙어지는 환율전쟁의 전운…한은 금리인하 동참하나

입력 2015-03-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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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점증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부양책이 무색하게 실물경제가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1월 상품 수출과 수입이 모두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었다. 2013년 3월 1.8%의 하락폭을 기록한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로 내렸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9월(-0.7%), 10월(0.4%), 11월(-0.1%), 12월(1.3%)로 증감을 반복하다가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3.7%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 -10.5%를 기록한 이후 6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소매판매도 의복 등 준내구재(-7.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9%)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소매판매의 감소 전환은 3개월만이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로 한달새 7.1% 떨어졌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지난해 펼친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등이 실물경제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46조원 이상의 돈을 풀었고, 한은은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실물경기의 회복세는 미미하다.

◇1월 수출·수입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 한은이 2일 발표한 ‘1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6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기보다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상품 수출과 수입 모두 금융위기 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수출은 455억2000만달러로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0% 하락했다. 2009년 9월(-17.3%) 이후 5년 4개월내 최대 내림폭이다. 같은 기간 수입은 384억3000만달러로 16.9%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2009년 9월(-22.8%) 이후 가장 큰 내림폭이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수출과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주효했다”며 “수출은 석유화학 제품을 제외하면 통관 기준으로 6.6% 증가함에 따라 금융위기 때 경기가 좋지 않아서 수출입이 크게 감소한 것과 지금과는 맥락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수 부진 등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생기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를 보면 흔히 말하는 대로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며 “수출과 수입이 같이 빠지고 있는 상황으로 여기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숫자(흑자)라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中 석달만에 또 금리인하…호주 금리인하 가능성 고조 = 대외적으로도 금리인하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캐나다‧호주‧덴마크‧인도 등 11개국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를 단행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회사의 1년 만기 위안화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려 각각 5.35%, 2.5%로 하향조정했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호주가 한 달만에 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달 3일 기준금리를 현행 2.5%에서 2.25%로 낮춘 데 이어 오는 3일 정책회의에서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호주언론들이 보도했다. 호주중앙은행이 이미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기대만큼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아 다시 2%로 하향조정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뉴스는 29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18명이 금리인하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호주 AAP 통신도 지난달 27일 이코노미스트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명이 3일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리인하 압박으로 이어진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도 통화완화를 바탕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며 사실상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했다”며 “일본, 유로존,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 경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완화정책을 시행 중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전쟁으로 대변되는 주요국의 경쟁적인 통화정책 완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강세인 원화가치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며 “2분기 초에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반론 만만치 않아 = 한편에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어서다.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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