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주장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큰 만큼 경제·금융계에서 기준금리를 두고 활발히 논쟁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집권당의 수장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한 것도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김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통화전쟁, 환율전쟁에 전 세계가 나선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면 일주일 뒤에는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정도로 경제·금융 분야에 전문지식과 경력이 있는지 말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둔 김 대표는 오롯이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실제로 김 대표의 이번 금리 인하 주장은 논거가 빈약하고 일방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의 이력 외에 여당 대표라는 현 직위도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기에 부적절하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그의 발언은 금리 인하 압력을 증폭시킨다. 또한 그의 자리는 태생적으로 표심(票心)과 당리당략, 정권의 임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집단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국민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장기적인 시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립성이 강조되고 중앙은행이 설립된 근본적인 이유다.
김 대표는 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리는 하루 전날에 금리 인하 목소리를 내 실망을 안겨줬다. 상식과 매너를 벗어난 것이다. 금통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현 경제상황에 가장 알맞은 정책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했다.
김 대표가 작년부터 쏟아낸 일련의 기준금리 인하 발언들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 부족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한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설픈 그의 금리 발언은 그를 대권에서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