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첫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 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가 배당이나 시세차익에 대한 관심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 준칙(행동강령)이다. 영국은 지난 2010년에 제정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대신경제연구소에서 먼저 결과물을 가시화한 것이다.
사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KB사태’등을 계기로 이전부터 꾸준히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사를 선입하거나 소극적인 배당정책을 고수하는 부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큰 원인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운용사들이 대기업의 계열사이거나 대기업과 비즈니스 관계가 얽혀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를 모태로 둔 대신금융그룹이 먼저 나선 것이다. 이번 작업이 강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금융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논의 과정에서 대신증권은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대신경제연구소에 지배구조실을 신설하고 이번 작업 추진을 지시했다.
대신금융그룹 관계자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하는 게 맞다’는 이 회장의 결정이 있었다”면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로 여러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면 주식시장 활성화, 세수확보, 경제민주화 등 자본시장 전체에 큰 순기능이 있다. 주식시장을 통해 업력을 키워온 저희로서는 그룹차원의 사명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신금융그룹이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룹구조가 상대적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자유롭다보니 운용사의 관점에서 발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뭘 바꿀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 관계자는 “발표 이후 욕을 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의 과정이 험난할 것 같다”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일인 만큼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