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사외이사 선임, 정치권 입맛대로?

입력 2015-03-27 10:34 수정 2015-03-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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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중단으로 사추위 폐지… 정책금융사 사외이사 정치·관료출신‘낙하산’우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사진>의 지배구조가 최근 금융권 흐름인 사외이사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통합산은 출범에 맞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폐지했다. 이에 향후 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홍 회장의 제청에 따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 소위 ‘정피아(정치+마피아)’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인사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전원이 위원직으로 구성했던 사추위를 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폐지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책금융기관으로 개편됨에 따라 상법 적용보다는 산은법 적용이 우선시되면서 사추위를 폐지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중심으로 민간 금융회사들이 사외이사 지배구조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 정책금융기관이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홍 회장 입맛에 맞고, 금융당국의 입김에 흔들리는 부실한 사외이사 지배구조로 전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금융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산업은행의 경우 전원 교수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다. 공교롭게도 교수 출신인 홍 회장 취임 이후 비(非)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이 중도 퇴임하면서 이 같은 구조를 갖추게 됐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가 지난해 총 17차례 진행된 이사회에서 상정된 70건의 안건에 대해 한 번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경영진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최고경영자(CEO) 견제 및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해 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을 맡았다가 무너진 대기업과 관련해 잇달아 잡음이 일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STX그룹에 대한 부실대출과 관련해 제재 통보도 받았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이례적으로 20명에 가까운 전현직 임직원이 징계 대상에 오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3년 13년 만에 1조4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취약한 사외이사 지배구조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산업은행과 비슷한 구조로 해당 기관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주무부처장이 임명한다. 자신의 영달이나 외압에 의해 정당 출신 인사나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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