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신약이 잇따라 해외 진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약사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치지만, 향후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1억7677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 수출액은 1억4273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 3개월 만에 다시 두 자릿수 성장을 나타냈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역량 향상으로 국산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의 수출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올들어 국내 제약사들이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한 제품들의 해외 진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3일(유럽 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자체 개발한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유럽 판매를 승인받았다. 앞서 시벡스트로는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출시된 바 있다. 박찬일 동아에스티 사장은 “이번 유럽 판매허가 승인으로 미국에 이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유럽의 환자들도 시벡스트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한미약품은 지난 19일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자사가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계약금 5000만 달러와 단계별 임상개발·허가·상업화 등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총 6억4000만 달러 등 개발 성공시 최대 6억9000만 달러(약 7800억원)를 받게 된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단일 기술수출 규모로는 최대다.
녹십자도 거대 제약시장인 북미와 중국으로의 사업 확장에 이어 급성장하고 있는 러시아 제약시장 개척에 나섰다. 녹십자는 지난 26일 러시아 제약기업인 나노레크와 자사의 바이오의약품의 러시아 내 상업화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BM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제약 시장은 브라질·인도 등과 함께 가장 매력적인 신흥 제약 시장으로 연 평균 10~15%씩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2~3%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신약을 통한 수출 확대가 가능한 제약사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완제의약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또한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