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범한 후강퉁(扈港通)이 투자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선강퉁(深港通)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선강퉁 개막 시점은 올해 9∼10월이다. 쑹리핑(宋麗萍·여) 선전증권거래소 총경리는 지난 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강퉁이 상반기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서 하반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거래소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한 후강퉁이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그동안 닫혀 있던 중국 증시의 문이 열렸다’는 데 있다. 이전까지 중국에 투자하고 싶은 다른 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펀드 등의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살 수밖에 없었다. 직접투자는 불가능했다.
선강퉁이 후강퉁과 다른 점은 상하이거래소가 아닌 선전거래소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중국 상하이거래소가 대형 국유기업 중심의 시장이라면 선전거래소는 중소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전 증시는 미국의 나스닥, 한국의 코스닥과 비교되기도 한다.
◇세계시총 8위 시장·세계 최고 수익률… 국내증시 영향은? = 무엇보다 투자업계는 선강퉁의 매력으로 ‘높은 성장성’을 꼽는다. 대형주 위주의 상하이거래소와 달리 선전거래소는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지난해 선전증시의 수익률은 32.5% 오르며 상하이종합지수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제 개발 방식 변화도 맞물리면서 선전 지수는 당분간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성장과 규제개혁의 균형 △신성장 동력 개발 △환경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 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테마주와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선전 증시가 더욱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 측면의 매력도 크다. 선전 증시가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거래소 가운데 8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선전거래소의 시가총액은 약 2조1000억달러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1조2000억달러) 대비 1.8배 가량 크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상하이, 뉴욕, 배츠글로벌마켓(미국), 나스닥에 이어 5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국내 시장 일각에서는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선전증시가 주목받으면서 국내 증시, 특히 코스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중국 증시로 투자수요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증시 열풍의 수혜로 2000년대 중반 ‘차이나붐’ 당시의 국내 증시 활황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선강퉁 시행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한정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선강퉁을 연다고 국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이지 않다”며 “중국 산업은 다운스트림(원자재를 가공하는 산업) 위주로 발달했고, 국내 기업은 업스트림(원재료, 원자재 중심의 산업) 중심이기 때문에 공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업계, 선강퉁 선점 움직임 ‘분주’ = 국내 증권가에도 선강퉁에 대비한 분주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후강퉁의 거래대금 면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선강퉁에서도 1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삼성증권은 먼저 중국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차이나 데스크’를 이번 달에 ‘차이나 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삼성증권은 또 중국 중신(中信)증권과 전 사업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선강퉁에 대비한 투자 정보와 자료 제공을 준비 중이다.
대만계 유안타증권은 ‘중화권에 가장 정통한 증권사’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선강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화권에 뻗쳐 있는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선강퉁 가이드북’을 시행에 앞서 발간한다. 유안타증권은 해외 주식 실전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주식 포털(가칭)’을 구축해 상반기 중으로 내놓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27일 판매를 시작한 ‘선강퉁 선취매펀드’는 하루 만에 200억원을 모집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달 리서치센터 안에 중국 증시와 채권 전문가로 구성된 ‘차이나 데스크’를 구축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선전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국내 최초로 직접 탐방해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를 수시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 역시 중국 리서치 제휴 업체 선정 등을 통해 종목 분석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