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6개월 진단] 매장서 보고 온라인서 최저가 구매 ‘쇼루밍족’ 늘었다

입력 2015-04-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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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매장 6개월 새 30% 문 닫아…이통 3사는 전용 온라인숍 오픈반값요금 내세운 알뜰폰 반사이익…정부, 올해 알뜰폰 쇼핑몰 만들기로

6개월 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소수에게만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 것도 모자라 웃돈을 얹어 팔기도 했다. 정보가 없는 대다수 사람은 동일한 단말기임에도 3년 내내 매달 3만원씩 기기값을 냈다. 휴대폰 교체주기가 짧기로는 세계 1위였고, 가계통신비 역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고였다. 초고가·초고사양의 스마트폰 시장과 중장년층이 쓰는 피처폰 시장은 물과 기름처럼 양분돼 있었고, 차고 넘치는 이동통신 매장마다 보조금이 달라 하루종일 발품팔기 일쑤였다.

이랬던 시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라는 규제가 시행되면서다. 이익집단 간의 알력다툼으로 불완전하게 출발했지만, 시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사고 = ‘쇼루밍족’. 매장에서 제품을 보기만하고 실질적인 구매는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의류, 식품, 가전제품 등 전통적인 유통분야에서 일어나던 현상이 이동통신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전국 어디서든 보조금이 동일해지자,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더 저렴한 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점 자체에서 공시지원금의 15%를 추가 할인해 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가격 비교를 온라인에서 한 뒤 가장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렇게 온라인 구입 비중이 높아지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역시 전용 온라인 숍을 신설하고 할인혜택이나 액세서리 등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체국, 이마트, 편의점 등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유통채널이 없는 알뜰폰도 온라인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알뜰폰 전용 온라인 쇼핑몰도 오픈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신뢰만이 살길 = 단통법으로 ‘폭탄’을 맞은 곳도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말만 잘하면 손님을 낚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의회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 3만개에 달했던 이동통신 유통점이 6개월 사이 30% 가량 사라졌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신뢰’를 택했다. 서비스의 질을 높여 한푼이라도 더 싸면 메뚜기처럼 다른 매장으로 가버리던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휴대폰 매장을 하는 김모(35)씨는 “번호이동 시장이 죽어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차차 보조금과 리베이트가 올라서 단골손님만 잘 확보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온라인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1100여명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5억원대 페이백 보조금 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높은 페이백을 지급한다고 하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면서 “단통법으로 보조금 차이가 많이 날 수 없는 구조가 된 만큼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알뜰폰 전성시대 맞아 = 가히 단통법이 키웠다고 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알뜰폰 시장이다. CJ헬로비전·SK텔링크·KTIS·미디어로그 등 20개가 넘는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3사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한 요금제를 속속 내놓으며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알뜰폰은 현재 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전체 이통 시장의 9%에 육박한다. 정부는 최소 13%의 점유율을 차지할 때까지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알뜰폰의 등장으로 크게 바뀐 부분은 중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초고사양의 스마트폰 소비자군과 전화·문자만 사용하는 저가 피처폰 소비자군이 철저히 나눠졌다면,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적당히 쓸 만한’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거 풀리고 있다.

알뜰폰의 도전에 통신3사 역시 G3캣, 갤럭시A 등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열을 올리며 가계통신비 인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내놓은 통계를 보면 50만원대 이상 고가단말기 판매 비중은 지난해 7~9월 78.5%에서 올해 3월 63%까지 낮아졌다. 반면 50만원 미만 단말기 판매는 같은 기간 21.5%에서 37%로 늘었다.

◇휴대폰 교체주기 길어져 = ‘15.6개월·77%.’ 지난해 4월 미래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이 휴대폰을 바꾸는 주기와 1년 안에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의 비중이다. 세계 1위다. 북아메리카 국가는 1년 내 휴대폰 교체 비중이 54.5%, 서유럽 국가는 33.7%, 중앙·동아시아 국가는 22.9%에 불과하다.

물론 이 같은 통계는 1년 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교체주기가 늘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통법으로 불법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번호이동 시장의 경쟁 과열상태가 상당 부분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번호이동 시장이 얼어붙어 손해를 본 사람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시장 크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과열된 시장이 정상을 찾아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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