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니코틴 원액과 희석액(향료)을 분리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우회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담배를 규제할 경우 풍선효과로 흡연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자담배를 담배로 취급하기로 한 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종합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전자담배의 분리 판매 문제를 지적했다. 소비자가 니코틴 원액을 직접 구매해 전자담배 용액을 제조하는 등 니코틴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있어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담배용액 수입량은 2012년 8톤에서 지난해 66톤으로 8.25배 급증했다.
박맹우 의원은 “전자상거래나 해외직구를 통한 전자담배 소비는 정상적인 유통구조를 변질시키는 행위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ㆍ감독이 요구된다”면서 “인터넷 등에서 액상구입과 제조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국민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 판매점에서는 니코틴이 혼합된 용액인 완제품 형태로 판매하지 않고, 원액과 향액을 분리 판매하는 현상이 성행하고 있다. 분리 판매 후 판매자 또는 소비자가 임의로 혼합해 액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분리 판매를 통해 과세액을 축소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기존 완제품 기준 혼합된 담배용액(20mL)에는 3만5980원(20×1799원)의 세금이 붙는다.
이에 대해 전자담배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담배용액(20mL) 제품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에 구입하는데 여기에 세금을 더하면 6만원 선으로 두배 이상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자담배 업체 관계자는 “애초 액상 담배에 붙는 세금 자체가 터무니없었기 때문에 업체들이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보통 20mL 담배용액을 2주 정도 사용하는데, 2주에 6만원을 쓸 사람은 거의 없다. 영세 전자담배 판매점들이 문을 닫고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추산 전국의 전자담배 소매 판매점은 3000곳에 육박한다.
전자담배 업계는 영세 판매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현실적인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는 전자담배 시장 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전자담배 판매량의 경우 46개 수입업체를 대상으로만 조사했을 뿐, 전수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재부 출자관리과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이지 절대 증세가 아니”라며 “편법 탈세라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