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른바 ‘실리콘밸리 프로젝트’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도전이 한층 활발해질 조짐이다.
‘혁신의 성지’로 손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일본 기업들의 도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실리콘밸리에선 기업들의 철수가 잇따랐다. 특히 일본은 중국과 한국, 인도 등에 비해 실리콘밸리에서의 존재감이 전무하다시피했으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작년 10월 시점에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726개사로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일본인 수도 약 4% 증가한 4만268명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학교 교육도 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년 말 리쓰메이칸대학이 학생을 실리콘밸리에 파견했고 도쿄대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올들어 도쿄공업대학과 세이코학원 등도 연수 차원에서 실리콘밸리를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인큐베이터로 알려진 Y콤비네이터의 파트너 케빈 헤일 씨는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은 우선 국내에서 성공하고 세계를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늦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어 장벽은 낮지 않지만 세계를 목표로 한다면 처음부터 실리콘밸리로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바타 나오키 씨는 라쿠텐의 최연소 임원과 도쿄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9년 미국으로 건너와 스탠퍼드대학에서 2년간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응용프로그램 개발자용으로 판매 동향 등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서치맨을 창업했다.
플라이데이터의 공동 창업자 후지카와 고이치 씨는 일본 야후 등 여러 정보기술(IT) 업체에 재직하다 2011년에 미국으러와 기업의 클라우드 활용을 지원하는 데이터 베이스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에서의 경쟁의 치열함은 일본에서의 10~100배는 된다”며 어려움과 함께 보람도 있음을 강조했다.
나카무라 메구미 씨는 Y콤비네이터를 졸업한 몇 안되는 일본인 중 한 명으로 금융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4년에 시프트 파이낸셜을 공동 창업했다. 그는 신용카드 대기업 및 은행 등과 연계해 가상 화폐나 각종 포인트를 통합하는 결제 서비스, 이른바 ‘핀테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는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는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일본보다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고 목표가 될 성공 사례가 가까이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30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총리 중에선 처음으로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일본 중소·벤처 기업의 진출이나 기업의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실리콘밸리 붐이 갑자기 거세게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스탠퍼드대학 심포지엄 강연에서 IT 산업의 집적지인 실리콘밸리의 기술 최전선의 정신과 창의력을 본받겠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에서 배우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냄과 동시에 실리콘밸리의 활력을 일본에 반입하고 싶다는 발언도 했다. 더불어 혁신에서 세계 최고인 실리콘밸리에 유망한 인재와 기업을 보내 일본 경제의 새로운 담당자를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혁신 창출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등 200개사를 선정, 실리콘밸리에 직원을 파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 프로젝트를 일본 야구선수가 메이저 리그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