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공사 입찰 담합에 대한 과도한 과징금 제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스공사가 발주한 27건의 천연가스 주배관 및 관리소 건설공사에서 담합을 한 22개 건설사에게 1746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수원~평택 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담합한 3개 건설사에도 80억7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담합을 이유로 건설사들에 부과한 과징금은 지난 한 해에만 8496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건설업계는 과징금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8496억원은 시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이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 6523억원을 크게 넘어선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는 ‘돈 벌어서 과징금 내다 망할 판’이란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평순위 8위인 SK건설은 지난 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입찰 담합 과징금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SK건설은 호남고속철도, LNG주배관공사, 서울도시철도 7호선 연장선, 경인운하, 포항 영일만항 등의 공사 입찰 담합에 연루됐다.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만 1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과징금 납부에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이는 하도급 업체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벌어들인 돈으로 과징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과징금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건설업계는 낙찰을 받지 못한 업체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 과징금은 부당이득을 취한 것에 대한 회수 차원의 성격인데 낙찰도 못 받고 결과적으로 들러리만 선 회사에도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라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며 “특히 들러리 회사가 낙찰사보다 과징금 규모가 크다는 것은 문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