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다음달 26일 열린다.
대법원은 다른 여성과 아이를 낳고 동거한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개변론은 50년 가까이 유지돼 온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을 재검토한다는 점에서 학계와 여성단체 등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이제까지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다만 그 상대방이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데도 오기를 부리거나 보복하기 위해 이혼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A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고 2001년 1월부터 부인 B씨와 별거해왔다. A씨는 이혼 소송을 제기한 2011년 11월까지 B씨 사이에 둔 자녀 3명에 대한 학비를 대고 생활비를 매월 100만원 정도 줬다.
A씨는 신장병으로 투석하다 2011년 B씨와 자녀들에게 신장 이식과 관련한 얘기를 꺼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2012년 1월 "혼인관계가 파탄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송을 냈다. 별거 이후 홀로 자녀 3명을 기른 B씨는 A씨가 소송을 낸 뒤 생활비마저 주지 않자 자녀 1명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을 법원이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1·2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책배우자인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개변론에는 먼저 A씨와 B씨의 소송대리인이 변론을 펼칠 예정이다. 이화숙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이 각각 A씨와 B씨의 참고인으로 참석해 의견을 밝힐 계획이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소송대리인, 참고인을 상대로 질의응답도 진행한다.
공개변론은 1시간20분 정도 진행되며 법원 홈페이지와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생중계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내고자 한다"며 "이 사건의 결론은 향후 가족과 이혼을 바라보는 가치관, 혼인 생활을 중심으로 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