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진짜’ 백수오 효능에도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는 19일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모두에 대해 갱년기(폐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임상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며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기능성(효능)에 대해 현재까지 국내 및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문헌을 체계적으로 고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도 이달초 백수오의 효능과 관련된 논문이 국내외에 각 1편씩에 불과하고, 해당 논문들의 연구 설계도 백수오의 효능을 검증하기에는 허술한 면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등에서 확인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관련 임상시험(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완화) 논문(지난 5일 기준)은 단 2편이었다. 이밖에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 연구는 각각 6편과 13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임상시험 논문은 2003년 한국생물공학회지에 발표된 것으로, 총 48명의 폐경기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서는 한 그룹(24명)에 백수오·속단·건강(마른 생강)·당귀·칼슘·아미노산·이소플라본·비타민B계열·니코틴산아미 등의 ‘복합추출물(FGF271)’을, 대조그룹(24명)에는 위약(가짜약)을 3개월간 투여했다. 그 결과 폐경 증상 호전율은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이 58.3%로 대조군(21.7%)보다 비교 우위를 나타냈다.
서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대상자들의 폐경 증상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밝히지 않은데다, 폐경 증상이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도 계량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의 약점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는 “이 논문만으로는 갱년기 증상이 나아졌다 해도, 그 효능이 백수오 덕분인지 아니면 당귀 등 다른 성분 때문인지 불분명하다”며 “백수오 등이 포함된 복합추출물은 혈중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 수치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다른 임상시험 논문은 동아시아식생활학회지 2015년 1월호에 발표된 것으로, 20대 여성 30명을 △백수오 보충제군(10명) △이소플라본 보충제군(10명) △대조군(10명) 등으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을 대상으로 8주간 복용시킨 결과 백수오 및 이소플라본 보충제군에서 월경전증후군 증상과 월경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은 연구대상자가 적고 백수오를 단독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므로, 갱년기 증상완화에 백수오가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명승권 위원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은 “임상시험 모두 백수오뿐 아니라 당귀·속단·각종 비타민제·이소플라본 등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백수오 단독으로 갱년기 증상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 백수오 논란의 핵심은 임상시험 1편만 있으면 전체 4등급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등급 가운데 생리활성기능 2등급을 받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있다”며 “하지만 백수오처럼 기능성이나 효능이 임상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만큼, 건강기능식품의 개념과 기능성 등급의 내용을 재검토하고 건강기능식품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