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과 ‘비담’ 김남길이 27일 개봉한 영화 ‘무뢰한’(제작 사나이픽처스, 감독 오승욱)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사람을 죽이고 도망간 애인을 기다리는 술집 여자 김혜경과 혜경의 애인인 살인자를 잡으려는 형사 정재곤을 연기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형사와 범죄자의 여자라는 양극에 서있는 두 남녀가 살인사건을 통해 만난다는 강렬한 설정만으로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전도연= “선택한 작품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 전도연은 ‘무뢰한’을 연기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뜸 “재밌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전도연은 ‘무뢰한’의 김혜경 역에 대해 “촬영 초반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하드보일드 장르는 남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이고 여성 캐릭터는 상대적인 경우가 많았다. 김혜경은 그렇게 그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현장에서 긴장도 많이 하고 예민했는데 믿고 맡겨줬다. 김혜경의 캐릭터를 하나도 놓치기 싫었다. 그렇게 집중할 수 있게 끌어준 것이 감독의 능력이다. 힘든 작업이긴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접속’, ‘해피엔드’, ‘밀양’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전도연도 “상대 배우와 감독에게 의존적인 배우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녀는 “스스로 의심이 많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은 숨통을 트이게 한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그런 전도연의 원동력은 칸이다. 그녀는 지난 24일 폐막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면 올해는 여배우로 레드카펫에 섰다. 그녀의 행보는 칸에서도 최대 화두다. 이에 전도연은 “경쟁 2번, 심사 1번으로 칸에 갔다. 갈 때마다 새롭다. 세계의 영화인들과 소통하며 자극을 받는다. 연기적인 제 고집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칸에 가면 격려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지금도 비상을 꿈꾼다. 모든 관객에게 인정받는 그녀지만 그녀의 욕심은 끝이 없다. 전도연은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해주시지만 믿음이 생겨서 더 보고 싶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제가 출연한 영화에 궁금하고 호기심이 있어야 선택하고 보는 것처럼 언제나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김남길= “더 치열해지고 싶다.” 영화 ‘무뢰한’을 통해 칸에 입성한 배우 김남길이다. ‘칸은 전도연 누나의 홈그라운드’라는 김남길은 자신을 둘러싼 외신 반응에 대해 “전작인 ‘해적’이 칸 마켓에서 팔린 바 있다. 오락 영화와 다른 이번 작품 속 제 모습을 신선하게 바라본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인 ‘무뢰한’에서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았다. 극중 정재곤은 범죄자 박준길(박성웅)을 쫓는 과정에서 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과 묘한 관계에 휩싸이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형사라고 하면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중 정재곤은 ‘마초 중의 마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정재곤을 연기한 김남길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일상을 꿈꾸는 인물’로 해석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앞날은 꿈에 그치고 만다.
그는 “남자들은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저도 그랬던 적 있다. 상황에 도망가려고 하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 남자들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고 인물을 해석했다. 이어 “이는 한국적인 정서라고 생각했는데, (칸에서도) 의외로 디테일하게 이해했다. 외국 남자들 또한 그런 경험과 감정이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이를 전달하기 위해 김남길은 최대한 힘을 빼는 데 연기 중점을 뒀다. 김남길은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묻어날 수 있도록 연기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뭔가 하려고 했을텐데”라면서 “뭔가를 표현하려고 한다는 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예전에는 흉내를 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연기의) 재미를 알아간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민이 컸다는 김남길은 ‘무뢰한’을 통해 호흡 맞춘 전도연의 조언을 깊이 새겼다. 덕택에 이번 작품은 그에게 전환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