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경제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부총리의 공식 직함은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국회의원 등 모두 4개에 이른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낙마 이후 기재부 장관이 총리직을 대행하는 법률 때문에 총리를 맡고 있다. 원래도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장관, 국회의원까지 1인 3역을 수행 중이었는데 국정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까지 맡게 됐다.
문제는 최 부총리의 업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정책 누수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메르스 대응의 경우 최 부총리의 총리대행 역할은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 부총리는 메르스 발생 2주만인 지난 2일에서야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입장을 밝혔다.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인 보건역량을 총동원해 불안과 우려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이후 최 부총리가 파리로 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에 참석해 오는 7일까지 머물 예정인 점도 문제다. 정부가 4일 부처별로 메르스 영향을 점검하던 체계를 관계부처 합동상황점검반으로 격상·운영키로 했지만 최 부총리의 부재 속에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3년 초 중국과 홍콩에 사스가 번지자 당시 고건 총리가 총리 직속의 범정부종합상황실을 설치해 방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경제정책 또한 혼선을 빚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8월부터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4~5월 나타난 경기지표는 수출부터 물가, 산업생산에 이르기까지 하락세였다. 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미 3%대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등 국내 연구기관의 경제 전망도 나빠지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 또한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 대신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만 크게 확대시킨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 부총리는 또 다시 청년고용대책 등 전반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밀 방침이지만 들인 정책만큼 효과가 오르지 않는 정책피로감이 만연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최 부총리가 들여다 볼 사안이 많아지면서 노동시장·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과 경제활성화정책 추진, 메르시 대응 등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새 총리가 인준을 받더라도 최 부총릭 한두 가지 업무 영역을 빼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개선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