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싼 5개월간의 공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18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극적인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 150억원)를 당장 이달 말에 갚아야 하는 만큼, 이번 유로그룹 회의는 그리스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기류는 불안정한 상태다. 국제채권단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그리스의 경제개혁안에 연금·임금의 삭감, 증세, 기초재정흑자 달성(GDP의 1%)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리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로그룹에 참석하는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추가 개혁안은 없다”는 입장을 사전에 밝히면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유로그룹 회의에서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우려했던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22일을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시기로 꼽았다. 유로그룹 회의가 끝난 후 맞이하는 첫 월요일인 만큼 그리스 사태의 현실화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파산 신청을 선고하라고 압박할 수 도 있다”면서 “긴급 지원을 받지 못한 그리스 은행들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3년 디폴트를 겪었던 키프로스에서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가 발생했던 것처럼 그리스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간 합의가 불발될 것이란 쪽으로 여론이 기울자 유로존 회원 국가들도 최악의 사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최근 “불확실한 세계 경제, 특히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에 대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전날 의회에서 그리스 디폴트가 미칠 파장에 우려를 표하며 “(그리스 디폴트가) 금융시장 신뢰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협상 결렬 시 그리스 디폴트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17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