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남성이 대졸 여성보다, 수도권 대졸자가 비수도권 대졸자보다 취업 가능성이 크다는 통념은 이제 옛말이 돼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문계 대졸자들의 취업은 여전히 어려웠다.
한국고용정보원이 6일 발표한 2005년 대졸자 2만4378명과 2012년 대졸자 1만6803명의 취업경험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졸업한 남성 대졸자의 취업경험률은 73.9%로 여성 대졸자(68.6%)보다 5.3%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2012년에는 남성 대졸자(79.5%)와 여성 대졸자(78%)의 취업경험률이 큰 차이가 없었다. 취업경험률은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번이라도 일자리를 가진 경험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남성과 여성간의 취업 가능성이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정보원은 여성 차별예방 고용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결혼보다 취업을 선호하는 여성 대졸자들의 적극적인 구직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들간의 취업경험률은 오히려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2005년 조사에서는 수도권 대학 졸업자의 취업경험률(71.5%)이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71.4%)보다 약간 높았다. 하지만 2012년에는 비수도권대 졸업자의 취업경험률(79%)이 수도권대 졸업자(78.5%)보다 높았다.
이는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문화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인재를 뽑을 때 예전과 달리 ‘입사 지원자가 수도권 대학을 다녔느냐’를 덜 고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교유형과 전공 계열별 취업가능성을 살펴보니 4년제 졸업자 보다 전문대 졸업자, 인문계 졸업자 보다 사회ㆍ공학ㆍ의약계 졸업자의 취업가능성이 2005년에 이어 2012년에도 계속 높게 나왔다.
다만 인문계 졸업자와 예체능계 졸업자간의 취업경험률은 2005년에는 인문계 졸업자(63.9%)와 예체능계(65.1%) 졸업자의 취업경험률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2년에는 인문계 졸업자(74.3%)가 예체능계(79.3%)보다 상당히 낮앗다. 인문계가 다른 계열에 비해 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를 둔 대졸자일수록 취업경험률은 더 낮았다. 고학력 부모 밑에서 대학을 다닌 자녀의 경우, 부모 경제력을 바탕으로 졸업 후에도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더 오래 취업 준비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구직자 능력 이외의 요인들이 취업을 결정하던 관행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채용문화로 자리잡도록 우리 사회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