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을 받은 후 일정 기간 동안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는 ‘거치식 대출 방식’에 대해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자 중 상당 수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거치기간이 완료되면 다른 은행의 거치식 대출로 갈아타는 이른바 ‘돌려막기용 거치식 대출’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들을 금리차(差)를 통해 분할상환 대출자로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다음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요율을 개편해 시중은행의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만기 일시상환 금리를 올리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출연료는 주담대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다. 따라서 출연요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금리 인하 여력도 커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출 1년 이내에 분할상환하기 시작하면 장기(5년 이상) 고정금리 대출의 주신보 출연요율을 최저 요율인 0.05%로 설정할 계획이다. 일시상환·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선 상한인 0.30%를 물리기로 했다.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이라도 1년 이상 원금을 그대로 두고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은 0.30%의 요율을 부과할 예정이다.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에 인센티브를, 변동금리·만기 일시상환·거치식 대출에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얘기다.
A은행 관계자는 “올 초부터 정부가 분할상환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목표비중을 채운 은행들이 대출경쟁에 나서면서 거치식 금리가 내려갔다”며 “두 상품 간 금리차가 생기면 고객들의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B국민, 신한, 우리 등 17개 은행의 5월 말 주담대 분할상환과 만기 일시상환의 평균 금리차는 0.1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0.25%포인트와 비교하면 0.09%포인트 더 축소된 셈이다. 오히려 이자만 내는 게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4~10등급 분할·일시상환 주담대 취급액이 없어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다 보면 오히려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달에 낼 돈이 많아진 대출자들이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출자들은 주담대 원금을 집값 상승 차액으로 갚는다”며 “분할상환을 선택하면 당장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