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들이 채권형 신종자본증권(후순위 영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여전사 레버리지 규제를 앞두고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22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지난 17일 101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5%이며 사채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 이후인 2045년 7월17일까지다. 다만, 롯데캐피탈의 선택에 따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롯데캐피탈의 영구채에는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장학재단이 각각 300억원, 110억원을 투자했다.
영구채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이 혼합된 증권으로 하이브리드채권이라 불린다. 즉, 채권과 같이 매년 이자를 줘야 하지만, 만기가 길고 원리금 상환도 연기할 수 있다. 후순위채권이기 때문에 변제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낮아 이자율이 높다.
롯데캐피탈 외에도 현대커머셜과 하나캐피탈이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커머셜은 1200억원을 발행했고 올해 1월 하나캐피탈은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밖에도 KB캐피탈 역시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캐피탈사들이 영구채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연말까지 자기자본대비 총자산의 규모를 10배 이내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10배 이내로 유지하지 못하면 과징금과 임직원 징계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여전사의 외형 확대 위주 경영제한을 위해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제(레버리지 규제)를 도입했고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즉 올해 연말까지 캐피탈사들은 레버리지를 10배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상태다.
자본을 확충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유상증자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대주주의 지분희석 및 주주가치 상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캐피탈사들은 지분 및 주주가치 희석 부담이 적은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고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면서 낮은 금리가 적용돼 이자 부담을 조금 더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자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가장 큰 단점이 있지만 영구채는 부담이 전혀 없다”며“금리까지 하락하면서 이자에 대한 부담도 없어져 영구채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증자의 경우 실시 이후 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아지지만 영구채는 신용등급 상승에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